🌊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했어?
[3/19] 회고 글쓰기 클럽 3회차
[3/20] 회고 글쓰기 클럽 과제 피드백
[3/21] 제천문화재단 - 시계부 강의
[3/23] 회고 글쓰기 클럽 과제 피드백
🌊 내가 인스타에 공개 일기를 쓰는 이유
인스타그램에 솔직한 내 이야기를 올리다 보니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꼭 제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어야 할까요?”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게 두렵지 않으세요?”
“내 기록을 남이 봐줘야 의미가 있는 걸까요?”
보시는 분들의 예상과 달리 나는 이 일기를 남이 본다고 생각하며 쓰지 않는다. 미래의 내가 본다고 생각하며 쓴다. 내 콘텐츠의 타깃 독자는 미래의 나다. 과거를 잊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미래의 나를 위해 오늘 내가 남겨두는 힌트다.
그래서 나는 기록을 정돈해서 콘텐츠로 만든다. 대충 급하게 써 놓은 메모는 며칠만 지나도 기억이 희미해져서 나조차 뭐라고 쓴 건지 알아볼 수 없다.
오늘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결했는지
남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정돈해야 미래의 나도 이해하고 도움 받을 수 있다.
공개 일기를 쓰는 이유가 또 있다. 아무리 나를 위한 일기라도 해도 혼자 하면 멈추게 되기 때문이다. 주간보고와 한달 회고를 콘텐츠로 올리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나니 보는 사람이 생겼다. 어떤 날은 너무 귀찮고, 어떤 날은 할 이야기가 없다. 그래도 기다리는 독자가 있으니까 뭐라도 써서 올린다.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이 항상 억압일까? 세계적인 셰프도 퇴근하고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라면을 끓여 먹는다. 타인의 반응 없이 매일 내 삶을 정돈하며 사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누군가 관심 갖고 지켜봐 줄 때 우리는 한 번 더 힘을 내게 된다.
나는 타인의 시선을 날카로운 감시로 보지 않고 애정 어린 관심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내 글을 읽어줄 나의 독자를 떠올리며, 궁극적으로는 미래의 나를 위해 나는 더 쉽게 더 꾸준히 내 이야기를 쓴다.
🌊 사랑에 효율을 따지는 사람은 없으니까
회고 글쓰기 클럽은 매주 2천자가 넘는 글쓰기 과제가 있다. 멤버 절반 정도만 과제를 제출해도 성공이라고 예상했는데 놀랍게도 모두 과제를 제출했다. 글 쓰려고 모인 사람들은 열정이 남다르구나.
과제를 읽고 피드백을 남기는 데 1~2시간이 걸린다. 평균 1.5시간으로 잡고 12명이니까 일주일에 과제 피드백으로 18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처음에는 수업 구조를 잘못 설계했다고 생각했다. 매주 20시간씩 피드백이 말이 되? 강의 준비도 해야 하고, 강의도 해야 하고, 아니 그걸 떠나서 회고 글쓰기 클럽 말고도 할 게 많다고! 뉴스레터도 써야지, 유튜브도 해야지, 다른 외부 강의도 있고… 월 3백 버는 구조 만들려다가 번아웃으로 나가 떨어지는 거 아냐?
겁을 잔뜩 먹고 과제 피드백을 시작했다.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피드백에 빠져들었다. 이게 일인지 놀이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신나게 몰입하고 있었다.
회고 글쓰기는 장르 특성상 글에 자신의 인생을 오롯이 담아낼 수밖에 없다. 피드백은 멤버 한 명 한 명이 글에 실어 보낸 그들의 인생을 읽고 나 역시 글로 답장을 보내는 일이다. 내가 푹 빠져 즐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4년 넘게 밑미라는 플랫폼에서 리추얼 메이커로 활동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글로 대화하는 걸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대상에 효율을 따지는 사람은 없을 거다. 장문의 피드백을 남기며 나 역시 효율을 생각하지 못했다.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올해는 노션 기록 정리 클럽도 회고 글쓰기 클럽도 인원을 점점 줄이는 실험을 해볼 거다. 소규모로 진행되는 만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지만 더 깊고 찐하게 글로 소통하는 이 밀도감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이해해주실 거다.
지난주 수요일은 요가 원장님 생일이었다. 쉬는 시간에 다 같이 케이크와 떡을 나눠 먹으며 축하했다. 원장님은 이제 “생일 축하해요”보다 “생신 축하드려요”라고 인사를 받는 나이가 되었다며 아쉬워하셨지만 평소보다 밝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누운 휴식 자세(사바아사나)로 수업을 마무리하려는데 원장님이 갑자기 기타를 들고 오더니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린 뒤 요가 매트에 누워 달콤한 휴식을 맛보며 듣는 기타 연주는 케이크만큼 꿀맛이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인데요. 제목이 Miracle Mountain이에요. 제목도 좋죠? 저는 지금 이 분위기도 너무 좋네요. 같이 땀 흘리고 호흡할 수 있어서 오늘도 좋았어요.”
이 말을 하는 원장님의 표정이야말로 정말 좋아 보였다. 평온한 행복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그래,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오늘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벌면서 더 많은 돈도 성공도 명예도 바라지 않고 오늘의 행복에 푹 빠져 살고 싶다. 나도 저 표정을 지으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 먼 미래를 바라보며 아등바등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마음을 기르고 싶다.
그 마음으로 오늘도 주간보고를 쓴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꾸준히 오래 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