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했어?
[3/26] 회고 글쓰기 클럽 4회차
[3/27] 요즘사 파인더스 클래스 홍보
[3/29] 밀린 독서 노트 작성
[3/30] 유튜브 콘텐츠 기획/촬영/편집/업로드
🌊 당신의 조급함에는 시간 낭비를 처방합니다
"1:1 코칭을 하다보면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이 있어요. 드디어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았어요. 지금 명님이 해야 하는 건 시간 낭비예요."
서밤님과의 마지막 심리 코칭 회기였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일해야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프리랜서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이야기하고 있었다.
시스템 만드는 거? → 이미 너무 잘하고 계세요
전략적인 휴식과 꾸준한 운동? → 이미 하고 계시고요
감정 기록하면서 불안 관찰하기? → 이것도 일처럼 성실하게 하잖아요
"음.. 제가 사람을 잘 못 만나요. 머릿속에 온통 일 생각뿐이라 시시콜콜한 일상 얘기를 못 하겠더라고요. 시간 아깝고 빨리 집에 가서 일 하고 싶고."
"아...! 명님은 그걸 못하네요, 시간낭비. 명님은 2년동안 프리랜서로 일한 게 아니에요. 회사원으로 일한 거죠."
그랬다. 12년동안 성실한 회사원이었던 나는 회사 밖에서도 회사원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다. 이렇게 여전히 주간 보고를 쓰고, 비는 시간 없이 빼곡하게 일을 채우고, 18시 퇴근과 주말 보장을 외치면서 내가 만든 회사에서 대표이자 직원으로 성실하게 일하고 있었다.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시간낭비를 해봐야 다른 길이 보일 거라던 서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 역시 옳다구나 무릎을 쳤다.
🌊 시간낭비 계획 1. 소설 수업
지난주에 "원하는 삶을 살게 되자 나를 찾아온 건 무력감이었다"라는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나의 강점 멘토인 인숙님은 독립 출판을 권해주시기도 했는데 감사하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왜 나는 출판사와 작업하고 싶을까. 돈 때문인가? 유명해지고 싶어서인가? 그것들이 내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하는 것만큼 중요한가?
그게 아니었다. 나는 내 글에 1:1 피드백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다. <회고 글쓰기 클럽>에서 내가 왜 매 회차 모든 멤버에게 장문의 1:1 피드백을 남겨드리는 지 깨달았다. 그게 바로 내가 받고 싶었던 거였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걸 멤버들에게 주고 싶었다.
나도 내 글을 나만큼 진지하게 읽어주고 피드백해주는 편집자와 함께 일하고 싶었던 거다. 회사처럼 대규모 팀은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섬에 고립된 채 혼자 일하고 싶은 건 아니었나보다. 안전하게 깊이있게 1:1로 연결되어 일하고 싶었던 거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느정도 포기하고서라도 기어이 출판사와 책을 내고 싶었던 이유가 이거였다.
그렇다면... 내게 1:1 피드백을 해줄 사람을 찾아가면 되지 않을까? 글쓰기 수업을 듣자! J님이 한겨레 아카데미에서 소설 합평 수업을 들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한겨레 아카데미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글쓰기 수업이 있었다. 시간이 맞는 수업 두 개를 신청했다.
✍️ [4~5월] 조시현 작가의 세계관 만들기
✍️ [6~8월] 김현영의 다짜고짜 소설 쓰기 73기
일주일에 한 번씩 신촌을 오가며 세계관과 소설을 배우고 피드백을 받는 이 글쓰기 경험이 다른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줄 수 있을까.
올해는 노션 템플릿 판매, 노션 기록 정리 클럽, 회고 글쓰기 클럽, 딱 세 가지에만 집중하기로 바운더리를 쳤는데, 이게 잘한 선택일까. 의구심이 들었다.
뭐 어쩌겠어, 필요하다면 자기 합리화라도 해야지.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 회고 글쓰기 클럽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거라고 나를 다독였다.
언젠가 소설을 쓰겠다고 10년 넘게 말만 하고 다니던 내가 이제 진짜로 소설을 쓰게 되었다. 시간낭비를 하자고 마음을 먹자마자 미뤄둔 꿈이 너무 쉽게 현실이 되었다. 내 꿈이 베스트셀러 소설가는 아니었으니까,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소망은 이렇게 지금 당장이라도 이룰 수 있는 꿈이었다.
어쩌면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일하지 않는 순간을 시간낭비라고 규정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스몰 토크를 왜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냥 바로 회의 시작하면 안 되나? 회식은 순전히 의무감으로 참석했다. 이 시간에 보고서 정리나 하고 싶은데. 다른 팀 동료와 저녁을 먹거나 주말에 놀러가는 팀원들을 보면 신기하고 부러웠지만 굳이 함께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하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것도 아닌 애매한, 시간낭비 같았다.
내 한계가 여기까지라는 걸 깨끗히 인정하고 회사 밖을 나왔다. 내 자리에 콕 처박혀서 모니터만 바라보며 일하는 방식으로는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았던 것 같다. 하지만 회사 밖도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사람으로 일이 되게 하는 방식을 조금도 터득하지 못한 채 회사를 나와 버렸기 때문이다. 회사 밖은 더더욱 사람이 기회를 물어다 주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오로지 내 능력으로만 길을 터야 했다. SNS 조회수, 좋아요, 구독자수에 매몰될 수밖에 없었던 거다. 이것 말고는 기회를 잡을 길이 안 보였으니까.
내가 그토록 피하던 걸 해야 하는 때가 왔다. 시간낭비처럼 보일지라도, 의미없이 시시콜콜한 잡담처럼 느껴질지라도, 사람을 만나서 연결되어야 하는구나. 하지만 이것도 무리해서 하지는 말자. 가볍게 시간낭비하듯 시도해보자. 20대도 아니고 30대 후반인 내가 시간낭비를 배워보겠다고 길거리에 나가서 "아무나 저랑 대화합시다"를 외칠 순 없으니까.
관심가는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서 어떻게 일하는지 물어보자. 나랑 비슷한 일을 하지만 다른 고민을 하는 사람도 만나보고, 나와 다른 일을 하면서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도 만나보자. 무리하지 말고 한달에 2번만 효율도 의미도 따지지 말고 집 밖을 나서보자.
나는 지금까지 시간낭비를 '안'한 게 아니라 '못'한 거였다. 방법도 모르고 용기도 없었다.
진짜 능력은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지, 못해서 피하는 게 아니다. 시간낭비를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사람이 되려면 일단 시간낭비를 해봐야 한다.
올해는 10개월만 일하고 2달을 쉬어 보기로 했다. 5월과 12월을 안식월로 정했다. 안식월에 적극적으로 시간 낭비를 하는 훈련을 해보자. 과연 나는 일을 안하는 나를 견딜 수 있을까. 돈 못버는 건 견뎌도 시간 낭비는 못 견디는 내가 정말 그럴 수 있을까. 궁금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