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을 재정의하고 수익 구조도 개편하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단단입니다.
오늘은 저의 오랜 고민을 털어놓으려 합니다.
여러분이 어떻게 들어주실지 걱정이 커서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함께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용기를 내 봅니다.
이제는 정말 해야 하는 '수익화' 이야기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여정에서 돈 생각은 마지막까지 정말 안 하고 싶었는데, 돈 생각을 하지 않고서는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더라고요.
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천천히 시작해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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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나눌 이야기
[나를 찾는 기록법] 기존의 판을 떠나 새 판을 짜야할 때
[프리워커 주간보고] 당신들의 밥상을 제가 한 번 엎어보겠습니다
[단단의 소식] (10/23) 기록 디톡스 정리 워크숍, (10/25) 내 키워드 찾기 워크숍
[우리들의 이야기] sy, 모래눈사람, 짓다 든든님 댓글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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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님, 진짜 이 돈...
벌고 있다고요?
워낙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성격이라 퇴사하고 얼마 벌고 있는지도 주변에 편하게 말하곤 했어요. 그때마다 듣던 분들이 당황하시더라고요. "단단님, 진짜 이 돈... 벌고 있다고요? 안 돼 ㅠㅠ 단단님 다시 회사로 가면 안 돼!!"
다행히 회사로 돌아갈 마음은 없어요. 그래서 더욱 고민이 깊어지더라고요. 어떻게든 회사 밖에서 남편과 서울에서 지금처럼 살 수 있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조급한 마음에 가장 먼저 했던 행동은 더 열심히 하는 거였어요. 강의가 들어오면 페이가 낮아도 거절하지 않고 더 열심히 뛰었고, 번역 작업 제안이 들어오면 무조건 일단 받았어요. 월간 단단 워크숍 홍보도 여기저기 열심히 했고, 밑미 리추얼 모객과 운영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제게 찾아온 건 번아웃과 무력감이었습니다.
이렇게는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아서 우선 들어오는 번역 작업 제안을 거절했어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죄책감이 올라오더라고요. "내가 뭐라고 들어오는 일을 거절해. 그거 받아도 버는 돈이 얼마나 적은 줄 알아? 더 열심히 해야지! 남편에게 경제적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어. 그건 이기적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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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는 나에게
취하지 말자
기록 디톡스 워크숍을 할 때마다 우선순위를 정한 후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입이 마르고 닳도록 반복해서 말씀드립니다. 그런데 정작 제가 그걸 실천하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손에 쥐고 있는 것을 하나도 놓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었어요. 꾸준함에 대한 집착이 지나쳐서 저는 한번 시작하면 잘 놓지를 못합니다. 중간에 뭔가 바꾸는 것도 잘 못해요. 번역 공부를 시작했으면 번역가가 되어야 하고, 한 번 가격을 정했으면 바꾸지를 못하더라고요.
저는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라도 무조건 지킵니다. 그게 평생 자랑이었어요. 그런데 이게 항상 맞는 건 아니더라고요. 더 중요한 일이 생기거나 계획이 바뀌면 욕을 먹더라도, 기존 약속을 취소할 줄도 알아야 하잖아요. 늘 그러면 안 되겠지만요. 나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는데 혼자서 과거의 약속을 붙들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욕먹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이었어요. 상대를 위한 것 같았지만 알고보면 순전히 제 욕심이었던 거죠. 그런데 욕먹지 않으려는 욕심이 저를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더라고요. 아등바등 열심히 살고 있다는 뿌듯함이 오히려 저를 가로막았고요. 열심히 사는 것과 제대로 사는 건 다르니까요.
10년 넘게 스피치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1인 사업가 S님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열심히 한다고 돈이 더 벌리지 않더라고요. 반대로 덜 한다고 덜 벌리지도 않고요. 돈은 그때 나의 그릇에 맞게 들어오는 거예요. 번역 업무 거절하신 거 잘했어요. 아마 명님의 그릇 크기만큼 새로운 일이 들어올 거예요."
그 말을 듣고 깨달았어요. 지금 저는 열심히 할 때가 아니었어요. 그릇을 키워야 할 때였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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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저의 가치를 더 키우고 싶어요.
그릇을 키운다는 건, 제가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가치를 키운다는 겁니다. 들어오는 일을 정신없이 열심히 하는 상태에서는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계속 똑같이 하게 돼요. 더 좋은 이야기를 발굴할 여유가 없으니까요. 그렇게 열심히 할수록 상황은 더 나빠집니다. 계속 뻔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좋은 기회가 올 리 없으니까요.
제가 계속 성장하지 않으면 제 이야기의 매력은 점점 떨어질 겁니다. 회사에서 독립한 후 저를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듣습니다. 너무 감사하죠.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서 더욱 열심히 살고 싶었지만, 열심으로는 보답을 할 수 없더라고요.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제 가치를 키워야 그게 진정한 보답이겠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절박한 신호를 느꼈습니다.
"여기서는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으려면
온 힘을 다해 뛰어야 해"
<거울 나라의 앨리스> 붉은 여왕의 말
이 유명한 문장을 이렇게 바꾸고 싶어요.
"여기서는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으려면
온 힘을 다해 뛰어야 해.
하지만 저기로 넘어가려면
힘을 빼고 판을 바꿔야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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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판을 떠나
새 판을 짜야 할 때
제가 회사 밖에서 하는 일을 재정의하고 수익 구조도 다시 짜봐야겠더라고요.
기존의 업과 수익 구조
글을 읽고 쓰고 옮기는 사람
작가, 크리에이터, 번역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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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재정의
글을 읽고 쓰고 옮기는 업의 본질은 유지하되 제가 다루는 글의 범위를 좁혀보려고요. <내 이야기하는 사람의 글을 읽고 쓰고 옮기는 업>으로요. 어릴 때부터 소설보다 에세이에 관심이 많았던 제가 평생 붙들고 있는 키워드가 '자기 서사'라는 걸 최근에 깨달았어요. 새로운 업을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기존의 업 이름은 내려놓으려 합니다. 작가님, 번역가님이라고 불릴 때 기분이 참 좋긴 하지만 그 이름에 갇히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수익 구조 개편
위의 표처럼 소득 비중을 숫자로 보고 나니까 제가 왜 힘들었는지 알겠더라고요. 작가, 크리에이터, 번역가 이 세 가지 일에 투입한 시간은 비슷한데 결과 수치가 아주 다르죠? (물론 번역은 아직 초보 단계니까 수입이 없는 구간이긴 하고요. 이번 달 번역료는 입금 전이라 제외했습니다.)
투입한 시간은 비슷한데 결과가 다르다면 과정에서 차이가 있겠죠?
바로 정산 비율 이었습니다.
출판사와 책을 쓰면 대개 작가는 매출의 10%를 인세로 정산받아요. 크리에이터로 퍼블리, 밑미, 트레바리, 유튜브 멤버십 등 플랫폼에서 활동을 하면 정산 비율은 30~50% 정도입니다. (플랫폼마다 다르지만 제가 활동하는 플랫폼은 모두 이 범위 안에 있어요.) 번역은... 차마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주 프리워커 주간보고를 봐 주세요.
결국 회사 밖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려면 계속해서 기존 구조에서 독립하면서 정산 비율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물론 출판사와 책을 내는 건 특별한 경험과 기회입니다. 당장 인세가 적어도 '유명 출판사에서 책을 낸 작가'라는 신뢰감과 전문성을 쌓을 수 있죠. 하지만 숫자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까 생각이 달라졌어요. 꼭 모든 책을 출판사와 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출판사, 플랫폼, 에이전시와 일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시간을 아껴주기 때문이죠. 제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나눠서 해주는 대신 수익도 나눕니다. 이 계약이 부당하다는 게 아닙니다. 서로 합의한 정당한 계약이었어요. 하지만 만약 제가 AI나 자동화 도구를 활용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늘린다면요?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고 더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만들 수 있겠죠. 결국 이 길로 가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이슬아 작가가 왜 뉴스레터로 글을 직거래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사회 통념으로 보면 초보일 때 시스템 안에서 익히고 몸값이 오르면 독립하는 것 같잖아요. 요즘은 반대에요. 초보일 때는 그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까 오히려 독립을 했다가 영향력이 생기면 이런저런 제반 업무가 많아져서 다시 플랫폼과 협업하는 식이죠. (이슬아 작가도 이제 힘들어서 독립 출판 웬만하면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회사에서 독립하겠다고 해놓고 진짜 독립은 어렵고 귀찮아서 회피했던 거예요. 출판사를 차려서 혼자 책을 만들려면 인디자인도 배워야 하고 인쇄, 유통, 물류, 마케팅, CS 모든 걸 제가 혼자 처리해야 하니까요. 번역서 출간을 출판사 없이 하려면 외서 판권 계약도 혼자 처리해야 하죠. 하지만 이걸 제가 해봐야 새 판을 짤 수 있겠더라고요. 1년 동안 충분히 훌륭한 파트너들과 함께해 봤으니 이제 혼자서 해 봐야죠. 물론 여전히 좋은 기회가 있다면 출판사와 책도 내고 플랫폼과 협업도 할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제가 '선택'할 겁니다.
"제발 제 책 좀 내주세요. 제발 저한테 번역 일감 좀 주세요." 이제 이렇게는 안 하려고요. SNS 팔로워 조금 늘었다고 오만한 태도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회사 밖에서 지속 가능한 생존을 하려면, 이 길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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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좋은 주말에 남편과 남산 산책을 다녀왔어요.
그냥 이렇게 쭉 살고 싶은 것 뿐인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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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강의/리추얼
가격도 인상합니다
더 큰 가치를 만들기 위해, 판을 새로 짜기 위해, 제가 진행하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의 구성과 질, 가격도 한 단계 높이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여러분이 어떻게 받아들여 주실지 걱정이 앞섰어요. 걱정만 하고 있던 제게 밑미 리추얼 메이트 J님이 이렇게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단단님 콘텐츠 질이 높아질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게 맞아요. 저도 열심히 으쌰으쌰 돈 벌어서 단단님 콘텐츠를 응원할게요." 이 문자를 받고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이번 달 월간 단단 워크숍을 시작으로 조금씩 계속해서 제가 전하는 이야기의 가치와 가격, 구조를 더해가겠습니다. 이 과정도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공유할게요. 아마 제 이야기가 회사 밖 독립을 준비하는 여러분께 큰 힘이 되실 거라고 믿어요. 꼭 필요하지만 대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수익화, 비즈니스 모델, AI 활용법, 자동화 이런 이야기들 제가 다 풀어볼게요.
OO팔이처럼 보이지 않고서도 돈 벌고 싶은 마음, 우리 안에 다 있잖아요. 그거 한번 같이 해보자고요. 우리가 원하는 건 좋아하는 일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는 게 아니니까요. 부자가 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일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지속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두려운 마음을 내려놓고 뚜벅뚜벅 나아가려고 합니다.
제가 먼저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길 뒤로 여러분이 안전하게 걸어오실 수 있도록 지금처럼 한 걸음 한 걸음을 전부 공유할게요. 좋아하는 일을 위해 다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꼭 제 삶으로 보여드릴게요. 그 여정에 용기와 응원을 보내주시리라 믿습니다.
우선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드려요.
먼 미래까지 내다보기는 어려워서 2026년 6월까지만 계획을 잡아봤어요.
- 1인 출판사 등록
- 1인 출판사에서 첫 번역서 출간
- 홈페이지 제작
- OO 출판사와 세 번째 책 출간
당장 하고 있는 것도 공유합니다.
- 아임웹으로 홈페이지 제작을 해보고 있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 우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온라인 워크숍과 코칭 프로그램을 판매해 보려고 합니다.
- 10월 [키워드 워크숍]부터 올려보았어요. 상세 페이지도 점점 더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고민해 볼게요.
이 과정에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앞으로 전할 소식들이 참 많을 것 같아요.
매주 제 고민과 성장을 솔직하게 담아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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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 ~ 9/30
프리워커 주간보고
이제 보고할 상사가 없어서 여러분께 보고합니다. 지난 일주일간 경험하고 배운 것을 일기 형식으로 씁니다.
🌊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했어?
[9/28] 밑미 리추얼 회고 미팅
[9/29] 일주일 회고 유튜브 영상 업로드 w.메모어
[9/29] 선샤이닝 워크숍 미팅 w. 버터컵님
🌊 당신들의 밥상을 제가 한 번 엎어보겠습니다
지난달에 번역가로 첫 활동을 시작했다. '제갈명 번역가님'으로 시작하는 업무 제안 메일을 보고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하지만 설렘은 이내 무력감으로 바뀌었다. 45시간을 투자한 작업물(외서 검토서)의 번역료 20만 7천원. 그냥 '페이가 적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왔다. 내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이 일을, 결국 나는 할 수 없겠구나... 좌절감이었다. 울고 싶었다.
갈 곳 잃은 마음은 범인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에이전시? 건당 수수료로 만원 남짓을 가져가는 에이전시를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 친절하고 예의 있는 담당 매니저에게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예산을 책정한 출판사? 이미 업계 관행이 되어버려 다른 출판사도 다 그렇게 하는데 특정 출판사의 특정 담당자에게 누가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공고하게 쌓아 올려진 관행과 구조 앞에 선 내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기다리고 버텨서 저 안으로 들어갈 수나 있을까?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고, 설사 출판 번역가로 데뷔해 자리를 잡는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페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며칠 고민 끝에, 얼굴 없는 허공의 가해자를 향해 소리 죽여 말했다.
내가 졌습니다.
당신들의 밥상에서 비켜드리죠.
아니 잠깐만.
이렇게 순순히 비킬 수가 없어서요.
당신들의 밥상을... 제가 한 번 엎어봐야겠습니다.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에이전시를 통하지 않고, 저자와 독자 사이를 직거래하는 어떤 형태로 번역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뭔지 지금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지만 내게는 그 길밖에 없을 것 같다.
처음 번역 공부를 시작했을 때, 나는 이 기형적인 구조를 믿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번역료는 괴담일 거라 굳게 믿으며 1년 과정을 모두 수료했지만 전설처럼 떠내려오던 괴담은 진실이었다.
이 돈이라도 받으며 작업하다 보면, 언젠가 어느 편집자 눈에 내 이름 석 자가 들어올 것이고, 정식으로 번역서 계약을 맺게 될 것이다. 신인이니 매절 당 2-3천원의 번역료을 받을 테지만 일이 들어왔다는 기쁨에 감사히 번역을 할 것이다. 그렇게 일이 들어왔다 끊겼다 하며 10년쯤 버티다 보면 번역료가 20~30% 정도는 오를 테고, 좋아하는 책을 맡는 행운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겠지.
초중고 12년, 대학 4년을 거쳐 대졸 신입 공채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내게 이런 구조는 익숙했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팀장으로 이어지는 공고한 피라미드를 경험한 마지막 세대니까. 하지만 세상이 변하지 않았나.
모든 게 점점 납작해진다. (평평해지고 있다고는 차마 말 못하겠다) 직급이 사라졌고, 연봉 차이도 희미해졌으며, 인간과 기계 사이 경계도 납작해졌다. 하던 일조차 당장 사라질지 모르는 AI 시대에 관행대로 구조대로 기성 번역가들 사이에서 긴 세월을 버텨서 끝끝내 살아남을 자신이 내게는 없다.
결국 이 판은 엎어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내부자는 판을 못 엎는다. 걸린 것도 잃을 것도 많아서다. 나처럼 어디서 굴러온 지도 모르는 이방인이 밥상을 엎어야 한다. 틀은 그렇게 깨지고 판은 그렇게 바뀌는 거니까.
번역이란 무엇인가. 그것부터 재정의해야 할 거다. 외국어를 자국어로 옮기는 것? 아니, 그렇게 정의하겠다면 그냥 AI에게 이 일을 넘겨주자. 번역은 다른 시대와 문화의 텍스트를 지금 여기의 맥락으로 끌고 들어오는 작업이다. 거창하게 번역은 반역이라거나 제2의 창작이라는 수사를 덧붙이고 싶지 않다. 번역가 각자 나름의 번역관이 있을 거다.
나는 나대로 가겠다. 내 번역관대로, 창작과 해석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겠다. 판단은 저자도, 출판사도, 에이전시도 아닌 독자의 몫이다. 앞으로도 나는 지금처럼 글을 읽고 쓰고 옮길 것이다. 하지만 그 매체가 책이 아닐 수도 있겠다. 마지막까지 놓고 싶지 않았던 책을 이제 그만 내려놓아야겠다. 내가 그토록 사랑한 책 역시, 변화의 파고 앞에서 모습을 달리할 테니까.
책 대신 나는 무엇을 읽고 쓰고 옮길 수 있을까.
무엇을 팔 수 있을까. 그걸 찾는 실험을 해보려 한다.
시장은 쪼그라들지 않는다. 변화할 뿐이다. 배를 옮겨타야 하는데도 움직이지 않은 채 배 안에 남은 사람들끼리 옥신각신해 봐야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배를 갈아타겠다. 나처럼 배를 갈아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기존의 배에서 밀려난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실험을 하면서, 이 잘 차려진 밥상을 한 번 신나게 엎어보려 한다.
🌊 미루고 미루던 홈페이지 제작 시작
새로운 실험을 하려면 새로운 도구가 필요한 법. 또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게 힘들어서 미뤘던 홈페이지 제작을 시작했다. 아임웹을 구독하고 상단 메뉴와 메인 배너 이미지를 만들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한 달은 넘게 걸리겠지만 그래도 지금 꼭 해야 할 것 같다.
홈페이지에 내 포트폴리오와 워크숍 이력을 모두 모아놓을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도 해보려고 한다. 출판사도 차릴 예정이다.
OO를 읽고 쓰고 옮기는 일
비어 있는 OO에 들어갈 무언가를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이 실험을 지속하려면 기초 체력이 필요하다. 돈. 회사를 나오며 내려놓았던 바로 그 돈을 다시 쥘 때가 됐다. 이제 수익화도 본격적으로 해볼 거다. 지금까지 왜 그렇게 저렴한 가격에 워크숍을 진행하냐고 누가 물으면 손사래를 치며 "에이, 아직 돈이 절실하지 않나 봐요. 하하하." 웃어넘겼지만 이제 그러지 않을 거다. 돈은 지속 가능한 나의 일을 위해 꼭 필요한 도구이자 기초 체력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오해와 비난, 실망과 다툼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이 글을 다시 찾아보자. 밥상을 엎어보겠다는 굳건한 오늘의 마음을 잊지 말자.
개미처럼 굴지 말자.
내가 코끼리라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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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의 워크숍
& 프로그램 소식
10/23 목 저녁 20시 | 기록디톡스 정리 워크숍 신청하기
10/25 토 오전 10시 | 내 키워드 찾기 워크숍 신청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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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디톡스 정리 워크숍
뒤죽박죽 쌓인 내 기록.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하지? 정리 기준 설정부터 폴더 정리법까지.
10월은 직장인 든든님을 위해 평일 저녁 8시에 진행합니다. 퇴근 후 기록 정리하고 싶은 구독자 든든님 신청해 주세요.
- 일정: 10월 23일 목요일 저녁 20시
- 장소: 온라인 zoom 워크숍
- 참가비: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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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키워드 찾기 워크숍
10월 월간 단단 워크숍은 [내 키워드 찾기]를 주제로 진행됩니다.
내 일을 위한 무기가 되어줄
키워드 발굴하고 한 문장으로 완성해요.
- 일정: 10월 25일 토요일 오전 10시
- 장소: 온라인 zoom 워크숍
- 참가비: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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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레터를 읽고 남겨주신 댓글과 답글을 요약해서 소개합니다.
게시판에 풀버전 댓글과 답글이 있어요.
오늘 레터를 읽고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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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 든든님
유튜브에 번아웃을 검색하다가 8시가 되었길래 메일함으로 넘어왔는데.... 레터의 제목만 보고도 깜짝 놀라버렸죠ㅎㅎㅎ 또 이렇게 통하기 있습니까 정말?! 흑흑.. 너무너무 감사해요. 요즘 잘 숨이 안쉬어지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마음만 바쁜 삶을 살고 있었어요. 한 번에 한 가지씩!!! 꼭 지켜서 해볼게요. 호흡 명상도요!ㅠㅠㅠ
💬 단단: 바쁠 때일수록 숨을 잘 쉬어줘야 하는데, 바쁠 때 숨부터 막히니까 더욱 마음 진정이 안 되지 않나요? 의식적인 호흡 명상이 필요한 시기같아요. 저도 sy님도 꾸준히 호흡 명상 해보자고요 !!
📫 모래눈사람 든든님
저는 책상에 오래 앉아 있을 때 무릎이 아팠어요. 의자에 앉았을 때 발이 몸 쪽으로 가까이 와서 무릎이 많이 구부러진 상태로 오래 있으면 아프더라고요. 1시간마다 일어나서 스트레칭 해 주시구요. 기지개만 쭉 켜도 좀 나으니깐 자주 일어나세용
💬 단단: 모래눈사람님 댓글 보고 며칠 동안 스트레칭을 충분히 했더니 아주 많이 나아지더라고요! 무릎을 최대한 펴는 것도 의식적으로 해보고요. 감사해요 ><
📫 짓다 든든님
이번주에 해야할 일을 확인하다가 도저히 이걸 이번주에 할 순 없다는 확신과 함께 쉬어가자고 덜어내야겠다고 2시간 전에 일기에 적었는데 단단님의 뉴스레터에도 통하는 이야기가 있어서 정말 반가웠어요!
💬 단단: 진짜 그럴 때가 있죠. 와르르 무너져버릴 것 같을 때. 그런 시기에는 그냥 다 내려놓고 쉬어가는 게 장기적으로 모든 면에서 좋더라고요. 저도 뉴스레터를 쓰면서 다 할수 없다고 인정하고 내려놓고 나니까 한결 마음 편하더라고요. 내려놓고 나면 또 자연스럽게 채워지는 게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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