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받은 책 한 권이 열어준 나의 반짝이는 미래
안녕하세요. 단단입니다.
어마어마한 무더위 한가운데서 레터를 보냅니다.
이렇게 더운 여름에는 몸이 축축 늘어지고 쉽게 무기력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참 신기하죠? 사계절 중에서도 여름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가는 책이 유독 사랑받는 것을 보면요.
잔인한 계절 속에서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희망을 찾는 존재이기 때문일까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애써 하루를 살아내는 우리의 이야기가 결국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 되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무더위가 공격해도 굴하지 않을
아주 반짝이는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52살의 단단이 36살의 단단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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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나눌 이야기
[나를 찾는 기록법] 나는 미래를 보았다
[프리워커 주간보고] 이러다 안되면 어떡하지?
[단단의 소식] (7/31) 유튜브 라이브, 1:1 기록 코칭 오픈
[우리들의 이야기] Penguin, 구르벌, 해달 든든님 댓글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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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레터는 이 음악을 들으면서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20대를 온통 바쳤던, 엔리오 모리꼬네의 Love affair - Piano Solo 입니다. 꿈 이야기를 하면 20대 기억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 여름은 역시 청춘의 계절인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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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를 보았다
지난 주말에 책을 한 권 선물 받았어요. 밑미에서 함께 활동하는 시선님이 제가 번역 공부하는 것을 아시고 홍한별 번역가의 에세이를 보내주셨어요.
홍한별 번역가님은 저의 번역 롤모델이시거든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아셨을까요. 여쭤보니 제 롤모델인 줄은 몰랐지만 번역가님의 책을 보고 제가 떠올랐다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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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열어 날개에 실린 작가 소개를 보는 순간, 신기하게도 머릿속에 섬광처럼 제 미래가 떠올랐어요.
제갈명
글을 읽고 쓰고 옮기면서 산다. 지은 책으로는 <내 일을 위한 기록>, <매일매일 채소롭게> 등 10권이 있으며, 헨리 데이비드 소로, 루이스 캐럴 등의 고전 작가부터 현대 작가까지 50여 권의 책을 옮겼다. 제34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영한 번역뿐 아니라 일한 번역과 불한 번역가로도 활동 중이다.
에이, 그냥 롤모델 자기소개 따라 한 거 아니냐고요? 맞아요. 그러나 이 상상 속 자기소개가 정말 이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제 것인 듯 생생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미래를 기억하는 감각이 이런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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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옮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
회사 밖에서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냐고요? 글을 매만지는 일이라면 뭐든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런저런 일을 해보니 어떤 글은 돈을 준대도 쓰기 싫고, 어떤 글은 돈을 받지 않고도 쓰고 싶더라고요. 저는 결국 책이 되는 글을 쓰고 싶은 거였어요. 거실 공용 컴퓨터로 소설을 쓰던 10살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꿈이죠.
두 번째 책을 쓰고 내면서 세 번째 책을 구상하면서 번역을 배우고 훈련하면서, 이 꿈이 제 안에서 더욱 단단하게 뿌리내리는 것을 느꼈어요.
저는 책이 될 글을, 글이 될 문장을, 문장이 될 단어와 단어 사이를 오가며 퍼즐을 맞추듯 글을 매만지는 바로 그 과정이 너무 좋거든요.
예민함 덕분에 얻은 섬세한 언어 감각으로, 글을 읽고 쓰고 옮기면서 저는 글 속에서 점점 더 자유로워졌어요. 번역을 배우고 나니까 한 꺼풀 장막이 걷힌 듯 더 선명하고 드넓은 자유가 펼쳐지더라고요. 이전에는 글을 쓰면서도 머릿속에 있는 생각과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할 기술이 부족해서 답답했거든요. 우리말 어법과 문장 구조를 배우고 나니까, 이럴 때는 문장 구조를 어떻게 배열해야 하는지 간결하면서도 분명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글은 어떻게 쓰는 건지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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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결국 내 자리로
기억을 돌이켜보면, 대학 시절 가장 재미있게 듣고 성적도 좋았던 과목은 '언어학'이었습니다. 언어의 구조, 글쓰기 모델링, 기표와 기의 관계 분석, 이런 내용들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기도 했지만 저는 돈이 너무 중요한 사람이었거든요. 일단 빨리 돈을 벌고 싶었어요.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결국 사람은 본래의 자리를 찾아가더라고요. 돌고 돌아 저는 혼자만의 세계를 항해하며 글을 쓰던 10살짜리 아이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그때와 달라진 것도 많죠. 이제 글로 돈을 벌 방법을 찾아냈고, 대단한 작가가 되지 않아도 글을 계속 쓸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방에 혼자 틀어박혀 글 쓰는 나를 미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줄 마음의 여유가 생겼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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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다고 계속 말해야
어떻게든 길이 생긴다
계속하다 보면 어떻게든 길이 생긴다고 하잖아요. 저는 이 문장을 이렇게 바꾸고 싶어요. 하고 싶다고 계속 말해야 어떻게든 길이 생긴다고요.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혼자 글을 쓰던 시기에는 길이 보이기는커녕 지금 내가 빠져있는 이 땅굴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보이지 않았어요.
부끄럽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번역을 하고 싶다고 책을 내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계속 말하다 보니 그제야 길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런 글쓰기 초보에게 누가 관심을 가져주긴 할까 걱정했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일이 있고 초보에게 주어지는 기회도 있더라고요. 잘 찾아보니 베테랑 작가들이 안 하려고 해서 남는 일들이 있더라고요.
게다가 우리에게는 절실한 사람에게 한 번 정도 기회를 주고 싶은 측은지심이라는 게 있잖아요. 아마 제가 누렸던 과분한 기회들은 그 측은지심 덕분이었을 겁니다. 아직 고작 번역가 지망생이면서 번역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번역이 너무 좋다고 번역을 하고 싶다고 나중에 유영번역상도 받고 싶다고 말하고 다니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부끄러움은 잠깐이죠. 가만히 있는다고 기회가 제 발로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요. 이렇게 계속 말하고 다니면 지금 당장 기회가 오지 않아도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번역이 하고 싶은 제갈명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지 않을까요? 그 흐릿한 기억이 기회로 연결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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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를 쓰기 직전. 저는 세 번째 책의 출간 기획안을 보냈습니다. 아직 엉성하고 빈틈이 많은 기획안이지만 계속 보여주면서 이런 책을 쓰고 싶다고 말을 해야 또 새로운 길이 보일테니까요.
이제 어쩔 수 없이 밝혀야겠네요.
구독자 든든님은 제 꿈의 증인이 되셨습니다. 안타깝게도 무를 수가... 없어요.
16년 후 52살의 제가 정말 유영번역상을 받게 될 지, 10권의 저서를 내고 50권의 번역서를 옮기고 일한 번역과 불한 번역까지 하게 될 지, 그 과정을 꼭 함께해주세요.
이제 구독자 든든님의 차례입니다. 제가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책날개 속 작가 소개를 읽으며 머릿속에 저의 미래를 떠올린 것처럼 이 글을 읽은 구독자 든든님의 머릿속에 반짝이는 미래가 보일 겁니다. 어떤 장면인가요. 구독자 든든님이 본 미래를 메일 하단 댓글 게시판에 남겨주세요. 하나하나 소중하게 읽고 끝까지 응원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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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 ~ 7/29
프리워커 주간보고
이제 보고할 상사가 없어서 여러분께 보고합니다. 지난 일주일간 경험하고 배운 것을 일기 형식으로 씁니다.
🌊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했어?
[7/24] 밑미 기록 디톡스 세미나
[7/25] 크리스탈북스 북토크
[7/26] 글밥 아카데미 번역 실전반 종강
[7/27] 리추얼 회고미팅
[7/28] 교보문고 시장조사
[7/29] 새로운 출간 기획안 마감
번역 공부한다고 너무 동네방네 소문낸 것은 아닐까.
번역 수업 종강과 함께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직 나는 번역가 지망생일 뿐인데.
이러다 데뷔 못 하면 어떡하지.
무언가를 포기하게 될 때가
해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다.
다행히도, 번역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하면 되겠다는 확신이 든다.
내 목표가 세계 최고 번역가인 것도 아니고
100만부 베스트셀러 번역가도 아니니까
내 목표는 계속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다.
작업할 다음 책이 있는 상태.
대단한 뭔가를 번역한 사람이 아니라
계속 번역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까 괜찮아. 나는 번역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으니까.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길이 보일 때까지 계속할 거니까 괜찮아.
예술적인 번역은 어렵겠지만
기술적인 번역은 노력으로 이를 수 있는 경지일 거야.
🌊 허수를 늘릴 필요는 없어
내 유튜브는 구독자수 대비 조회수가 높은 편이다.
올해 업로드한 영상 평균 조회수는 1만 2천 회다.
구독자 1.5만인 채널치고는 성적이 좋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쇼츠를 하지 않아서인 것 같다.
쇼츠를 하면 노출이 늘고 구독자가 늘 텐데
쇼츠를 아예 하지 않으면 정말 볼 사람만 와서 보는 것 아닐까.
신기하게도 그래서 쇼츠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앞으로도 쇼츠를 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빠르게 성장하는 것보다 단단하게 성장하는 게 좋으니까. 허수를 늘릴 필요는 없지.
🌊 광화문 교보문고 시장조사
공간의 제약이 있다 보니 오프라인 서점, 특히 교보문고처럼 대형 서점에는 누가 봐도 잘 팔릴 책들 위주로 진열할 수밖에 없다.
눈에 들어온 키워드는 고전, 필사, 모음
고전
: 언제나 안전한 키워드 아닐까. 특히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을수록 사람들은 굳이 책에서까지 모험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필사
: 이제 필사는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듯하다.
모음
: 고전과 함께 안전한 키워드.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골라 봤어요." 하나의 컨셉으로 고전을 발췌한 모음집부터 소설집, 에세이집까지. 역시 혼자보단 여럿이 있어야 안전하지.
프리워커 주간보고, 뉴스레터, 유튜브, 워크숍. 이렇게 아웃풋을 많이 내다가 소재가 고갈되어서 더 쓸 게 없어지면 어쩌지. 한동안 그게 고민이었다.
이 고민은 아주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콘텐츠에 달린 댓글과 질문, 그리고 다양한 의견들이 다음 콘텐츠의 소재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만들수록 오히려 할 말이 더 생기고 소재가 풍성해진다. 더 적극적으로, 이제는 내 콘텐츠를 봐주시는 분들의 개인적인 고민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유튜브 라이브와 1:1 기록 코칭을 시작했다. 겉보기에는 수익화를 위한 서비스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독자분들의 이야기를 더 깊이 듣기 위한 일들.
지난 주말에는 시선님이 홍한별 번역가의 에세이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라는 책을 선물해 주셨다. 홍한별 번역가는 나의 번역 롤모델인데 어떻게 아셨지? 책을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보다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혼자서 독립출판을 할 작정으로 작업 중인 내 첫 번역서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데, 바로 이 책에 앨리스 이야기가 비중 있게 나오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번역 방향성까지 잡을 수 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콘텐츠로 과정을 공유하며 얻을 수 있는 함께 성장한다는 감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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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의 워크숍
& 프로그램 소식
7/31 목 20시 | 첫 유튜브 라이브! 두근두근- 꼭 와주셔야 해요. Q&A 남기러 가기
신규 오픈 | 단단의 1:1 기록 코칭을 시작합니다. 코칭 신청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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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첫 유튜브 라이브 소식!
Q&A 수다 한 번 해보려고요.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이 있었다면 아래 링크에 남겨주세요.
- 일정: 7월 31일 목요일 저녁 8시
- 장소: 유튜브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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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기록 코칭을 시작합니다.
워크숍과 콘텐츠를 통해 여러분의 기록 고민을 듣다보니 각자의 상황과 고민이 다른만큼 해결방법도 다르더라고요. 저와 직접 이야기 나누며 기록 고민을 차근차근 풀어 보아요. 온라인 zoom으로 진행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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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레터를 읽고 남겨주신 댓글과 답글을 요약해서 소개합니다.
게시판에 풀버전 댓글과 답글이 있어요.
오늘 레터를 읽고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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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nguin 든든님
어차피 나만 보는 글에 왜 솔직하게 쓰지 못할까 남 모를 고민이 있었는데 오늘 레터를 읽고 ’아, 솔직함과 흘려보낼 일을 나름 결정하고 있었나?!‘ 이런 생각도 하게 되어서 뭔가 위로가 되는 느낌이였습니다..ㅎㅎ 나쁜 솔직함이란 말도 정말 공감이 가요.
💬 단단: 우리가 기록을 남길 때 어쩌면 우리는 나 스스로를 어떻게 보듬어야 할지 똑똑하게 아는지도 모르겠어요. 나도 존중할 줄 알고 남도 존중할 줄 알 때, 우리의 솔직함이 반짝반짝 빛날 거라고 믿어요. 🧡
📫 구르벌 든든님
'정말 나다운 태도는 솔직해야 할 때와 숨겨야 때를 정확하게 알아차리고 스스로 결정하는 힘에서 나오는 것' 이라는 문구가 와닿아요. 내 컨텐츠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아무도 내 속마음을 몰랐으면 싶기도 하구요. 그림을 그리기 전 기획 단계에서 글을 쓰고 정리할때, 어디까지 솔직하게 내 생각이나 감정을 오픈하는게 맞는걸까 결정하는게 꽤나 어려운 일이더라구요. 고민만 하다가 게시물을 점점 안올리고 요새는 고민하는 것 조차도 힘이 들어 완전 멈춤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ㅎㅎ
💬 단단: 반가운 구르벌님!! 😊 '스스로 결정하는 힘!' 이 말을 저 역시 자주 되새겨요. 결국 내가 나를 위해 결정해줘야 하는 것들이 참 많더라고요. 이런 시기도 있고, 멈추는 시기도 있고, 다시 세상에 나를 드러내는 시기도 있는 거겠죠...!
📫 해달 든든님
이번에 와닿은 구절은 “나는 나에게도 잘 보일 필요가 있다”, “솔직해야 할 때와 숨겨야 할 때를 정확하게 알아차리고 스스로 결정하는 힘에서 나온다”입니다. (...) 그림을 그린 다음에 우리말과 영어로 짤막한 문장도 써 보고 있어요^^;;
💬 단단: 그림을 그리고 우리말과 영어로 짧은 문장을 쓰신다니... 너무 멋져요! ✨ 그림 재주가 없는 저로서는 그림 그리는 분들이 늘 부럽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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