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면서 소소한 나만의 여행 규칙이 생겼다.
남다르진 않지만 염두에 두고 있으면 여행의 모든 순간을 더 듬뿍 즐길 수 있다.
오늘은 여행을 더 풍성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들을 소개하려 한다.
어찌 보면 방법이라기보다는 여행에 대한 나의 진심 어린 마음가짐일 수도 있겠다.
그곳의 이야기 - 사전 공부, 도슨트를 활용한다.
모든 장소에는 역사와 이야기가 있다. 나는 그런 ‘여행지의 이야기’를 사랑한다.
‘이야기’를 알고 가는 여행지는 그 감흥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되도록 여행을 가기 전, 여행지를 다룬 역사 책이나 다큐를 미리 봐두는 등 간단하게 공부를 한다. 그리고 유적지 현장에서는 부분 투어나 도슨트를 활용해 그곳의 이야기를 맘껏 듣고 온다.
이 습관은 이탈리아 우피치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아쉬움에서 시작되었다.
우피치 미술관은 대부분 문화와 역사, 종교를 다룬 작품으로 채워져 있어서 그림 속 이야기를 모르면 해석과 감상이 어렵다. 결국 미술관을 휙 둘러보고 금방 나와 버렸을 때에는 그 전날의 바티칸 도슨트와 비교되어 많이 아쉬웠다.
바티칸에서는 도슨트를 통해 유명한 피에타, 천지창조뿐 아니라 조각상 하나까지 작품의 의미와 종교, 그리고 역사 이야기를 들었다. 7여 년 전 그곳의 모든 것을 느끼게 해준 바티칸 투어는 지금까지도 인생에 손꼽을 만한 감동의 순간으로 남아있다.
유적지나 박물관, 미술관을 보고 바로 영감을 얻는 내공이 없다면 도슨트를 통해 설명을 듣고 그곳을 풍부하게 관찰하는 과정이 새로운 영감과 감동을 줄 수 있다.
새로운 기록 방식 - 기억, 글, 음악
최근에는 여행의 모든 순간의 나를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려고 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그 순간을 눈에 새기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후 남겨진 비슷한 구도의 수백 개의 사진이 폰 사진첩에 아무 의미 없이 쌓이는 것이 너무 아쉽다.
여행의 여운을 오래 남기기 위해 다른 기록을 시도하고 있다.
일단 사진 찍는데 급급하기보다 현장을 마음껏 즐기며 기억을 저장한다. 이 시간을 기억하기에는 함께 한 사람들과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긴 사진 몇 장, 풍경을 담은 영상 몇 개로도 충분하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숙소에서 그날의 경험과 감상을 노트에 기록하는 것도 좋다.
그곳에서의 내가 느낀 감정과 깨달음을 정리해 놓으면 몇 년 후에도 그 순간을 고스란히 기억할 수 있다. 이번 여행이 끝나면 간단한 여행기를 작성해 봐야지.
음악을 듣는 것도 좋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으면 저절로 기분이 설레는 것처럼 여행지와 어울리는 음악을 매칭해 놓으면 나중에 다시 들을 때 그때의 순간이 기억나서 행복하다.
여행이 끝나는 아쉬움도 사랑한다.
여행의 마지막 날, 절대 초조해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여행 전날에는 이 여행이 끝난다는 아쉬움, 돌아갔을 때 해야 할 일들, ‘언제 또 여행을 오지?’ 싶은 마음이 떠올라 초조해진다. 하지만 피날레는 즐겁게 마무리 해야지!
여행이 끝나는 아쉬움까지도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선물을 사면서 반가운 얼굴들을 재회할 생각에 신나기도 하고, 집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과 나에게 익숙한 스위트홈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면 떠나는 날에도 설렘이 시작될 수 있다.
여행의 기억을 최대한 긍정적인 에너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시작되는 일상에 미리 겁부터 먹지 않을 것!
여행의 마무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날 비교적 여유 있는 일정을 짜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돌아오는 현실을 기꺼이 환영한다. 출근 첫날, 회사에 웃으며 들어가야지 다짐하면서!
여행이 행복한 이유는 내 현실이 바쁘고 정신없었기 때문이다.
또 현실을 치열하게 살다 보면 꿀 같은 다음 여행이 우리를 기다린다.
여행이 재미있는 이유는 목적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기 때문이다.
꼭 어디로 가야만 한다는 것도 없고 준비가 완벽할 필요도 없다.
그저 여정의 모든 순간 기쁨, 행복, 감동, 즐거움, 당황, 피로, 시련 등 다채로운 천연색의 감정을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경험이 되고 공부가 된다.
여행을 더 사랑하고 자주 다닐 것이다.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영감을 채우는 좋은 방법이지만 무엇보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소중한 활동이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