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백 개씩 쏟아지는 카톡, 휴가에도 계속 되는 업무 연락들…
내가 사랑하는 콘텐츠 업계의 모습이다. 기획과 커뮤니케이션이 일이라 어쩔 수 없다 해도 이건 너무하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은 생각보다 너무 피곤하다.
이런 얘기를 쏟아내면 엄마는 말한다.
“너는 막상 혼자 하는 일은 좋아하지 않을 거야. 여러 사람과 함께 큰일을 하는 게 얼마나 멋있니?”. “맞아 엄마. 그래도 함께하는 일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알아? 아주 이해가 안 되는 사람투성이야.” “혼자 너무 똑똑하게만 굴면 일이 힘들고 꼭 잘되지도 않아. 슬기롭게 여러 사람과 리듬을 맞춰 일해.”
리듬은 도대체 어떻게 맞추는 거지?
사실 회사 일의 대부분이 협업이다 보니 함께 일하는 것을 힘들어하면 결국 모든 일이 힘들 수밖에 없다.
도대체 ‘함께 일하는 것’을 피로하게 느끼지 않으려면 어떡해야 할까?
1. 프레이밍을 경계하기
일할 때 나쁜 습관을 생각해 보았다. ‘팀장님은 왜 항상 이렇게 일을 시킬까?, ‘저 사람은 항상 방향을 잘못 잡아.’
협업이 맞지 않았던 사람과의 일은 무조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있었다.
객관적인 상황을 판단하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나오는 부정 감정은 도움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새삼 항상 내가 옳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함께 일하기 힘들다고 인지된 사람에 대한 프레임을 깨야겠다.
동료들과 얘기해 보면 그가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무능하지만 누구에게는 대응하기 수월한 파트너이기도 했다.
차라리 그의 강점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만드는 업무방식을 고민해 보기로 했다.
협업의 방식을 고민하는 것에 시간을 아까워 말아야지. 부정 감정으로 일을 하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이다.
2.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해결 방법부터!
방송국은 돌발 상황과 문제의 연속이다. 지극히 제한된 시간에 소속과 업이 다른 수백 명의 사람이 함께 일하는 곳이어서 그런 것 같다. 이 업계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이 있다. ‘사고가 터졌을 때는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해결 방안부터 생각해야 한다는 것.’ 매 순간 완벽히 컨트롤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비난할 시간이 없다. 그냥 서로 어깨 한번 툭 치고 다음 스텝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굳이 심각하게 만들지 않는다. 일은 저질러졌고 해결 방안부터 생각해 볼까요?라고 편하게 얘기를 건넨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잘잘못을 가리는 태도는 상대를 방어적으로 만든다. 그 시간에 차분하고 따뜻한 어조로 대책을 도모하면 상대는 자연스럽게 부채감과 안도감을 느껴 매우 협조적이 된다.
3. 도움을 받을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일은 완벽히 반반을 나눌 수 없는데 나는 일을 대충 할 수 없는 성격이다. 그래서 내가 더 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니 마음이 편하다. 대신 도움받는 자세도 키워보기로 했다. 미안해하지 않고 대신 상대를 믿고 기꺼이 그 도움을 누리는 것도 실력의 일환인 것 같다. 요즘엔 누군가가 도와주겠다고 하거나 스스로 도움이 필요할 때 정중하지만 명확하게 도움을 요청한다. 단, 도움을 받을 때는 그 사람 고유의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그 사람만의 영역을 주고 피드백을 남용하거나 의견을 과하게 피력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4. 나도 계속 배우고 쌓아가는 중이야.
직급이 오르면 책임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막상 선배에게 우는소리 할 수 없고, 후배는 힘든 내색 없이 커버해 줘야 하는 상황이 쉽지만은 않다. 결국 스스로의 의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얻는 것에 대해 인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팀장이 아닌 선임의 장점은 ‘책임지지 않는 위치에서 리더십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점’ 같다. 나중에 조직을 이끌어갈 때 필요한 역량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연습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일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듯 협업과 리더십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정리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개그우먼 장도연님을 좋아한다. 차분하고 따뜻하고 겸손하지만 해야 할 이야기는 명확하게 한다. 무엇보다 그녀는 동료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 같다. 내가 일방적으로 '다다다' 얘기하고 있다고 해서 똑똑함을 인정받는 게 아니라는 것, 조직에서는 실력만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요즘. 어차피 사람 간의 일인데 이왕이면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