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료와의 대화가 기억에 남아요.
“과장님은 어떻게 그렇게 차분할 수 있어요? 일 못하는 분들에게도 늘 친절하고요. 전 사실 협업 상대가 일을 못하면 답답하고 화가 나요.”
“그런가요? 고마워요. 사실 이전 회사에서는 그러지 못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가장 부끄러운 기억은 나 혼자 똑똑하다고 생각하면서 열 냈던 상황이더라고요? 간혹가다 그 기억들이 떠오르면 흑역사 같아서 이불 속에서 하이킥을 찬답니다!”
아! 너무 공감이 갔어요.
혼자 똑똑한 줄 알고 자신감이 지나쳤던 행동들은 지나고 나면 그렇게 부끄러울 수 없어요. 보통 사회생활에서 본인의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는 경우는 많지 않죠. 그렇지만 문제는 본인도 모르는 순간 은연중에 비치는 마음이에요.
✅헛똑쟁이 체크리스트✅
✔️ ‘일을 왜 저렇게 하지?’ 동료의 업무 방식이 답답하고 탐탁지 않다.
✔️ ‘내가 그냥 해버리고 말지’ 협업의 영역까지 대부분 혼자 처리해버리고 만다.
✔️ '욕먹기 싫어!’ 자존심, 책임감에 최선을 다하지만 나만 하는 것 같아 억울하다.
✔️ 은연중에 상대에게 건조한 말투, 표정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 이직이나 전환배치에 대해 마음 편히 물어볼 사람이 없거나 알리고 싶지 않다.
✔️ 내 업무가 아닌 지원 업무는 마감일을 자꾸 놓치고 후 순위로 밀린다.
체크리스트에 반 이상 체크된다면 일에 대한 마음가짐을 환기할 필요가 있어요.
나만 똑똑하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오히려 일잘러의 트랙에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과연 진짜 일잘러들도 ‘내가 제일 똑똑하다는 마음’으로 일을 대하고 있을까요?
일만 잘하면 된다는 착각 [까칠한 태도]
‘회사에서는 일만 잘하면 되지, 서로 친구할 거야?’ 언뜻 보면 그럴듯한 말이죠.
그렇지만 이 명제에 대한 잘못된 해석으로 스스로가 협업의 질을 떨어트리고 있지는 않은지 잘 생각해 봐야 해요. 내가 똑똑하다는 자만심과 상대를 답답해하는 태도는 은연중에 다 티가 나고 내 상대는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으니까요.
공감과 친절은 협업 상대의 경계를 풀게 하고 동기부여를 받게 해요. 까칠함을 이성적인 모습이라고 착각하면 안 돼요. 오히려 스스로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표출해 버린 무례함일 수 있어요. 까칠한 스트라이커는 단기 업무 성과가 좋더라도 지속적인 협업을 도모할 수 없고, 오히려 개인 평판까지 안 좋아질 수 있어요.
억울함은 번아웃을 낳는다 [과도한 인정욕구]
9년간의 커리어에서 가장 큰 적은 번아웃이었어요. 불꽃처럼 일에 몰입하다 결국 지쳐 허탈감을 느꼈고, 허탈감의 원인은 주로 인정에 대한 불만족이었어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난 도대체 회사에 무엇을 바라는 거지?'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인정욕구를 조르고 있는 걸까?
업무에 투입할 에너지를 조절하는 것과 업무를 통해 얻을 것은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가 할 일이에요. 일잘러는 스스로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조직의 인정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도한 인정욕구는 회사에 소위 말하는 ‘빨대 꽂히기’에 최적화된 요건이에요. 적당히 칭찬과 인정을 주면 명확한 목표나 보상 없이도 불꽃 몰입을 하는 소위 말해 다루기 쉬운 헛똑똑이가 될 수 있죠.
나만 똑똑한 사람은 리더가 될 수 없다. [작은 그릇]
조직에서는 꼭 일 잘하는 사람이 승승장구하지 않잖아요. 신입사원 때는 이것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연차가 쌓일수록 ‘일을 잘한다는 것은 연차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의 변화를 잘 수행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경력이 쌓일수록 일의 범위는 넓어져요. 그럴 때 내가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마음은 역으로 큰 한계가 됩니다. 내가 잘 하니까 다 틀어쥐는 버릇은 리더가 되기에 필요한 요건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 있어요. 사람을 다룰 줄 모르고 일의 구조를 만들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나의 협업 방식이 동료들에게 동일한 목표의식을 갖게 하는지에 고민해 봐야 합니다.
회사일은 협업이기 때문에 개인의 실무능력만으로 일잘러라고 볼 수 없어요. 능력과 태도 모든 면에서 ‘어떻게 협업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나만 똑똑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협업을 잘하는 일잘러가 되기 위한 방법> 에 대해 소개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