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로 지식을 채우던 학창 시절을 지나 사회생활에 들어서면 아웃풋을 계속 내어 놓는 시기가 됩니다. 물론 일에서도 경험과 배움이 있었지만, 일부러 공부 시간을 내지 않는 이상 점점 밑천이 소진되어 바닥을 드러낼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겼어요.
나를 채우는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독서’였어요. 그런데 너무 오랜 시간 독서에 소원했나 봐요. 10분만 읽어도 집중력이 뚝뚝 떨어지고, 완독은 그야말로 암담했어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어요. 일단 유튜브에 ‘독서법’을 검색해 그중 초보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독서법에 내 생각을 얹어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까?
1) 비교적 쉽거나 흥미 가는 책부터 읽어봐요.
💡"책은 권장하는 것이 아니다. 권장도서는 마치 독선적인 부모가 아이에게 친구 누구를 사귀어라 하는 것과 같다. 책은 본인이 부딪혀가며 자신이 골라가는 것이다. 따라서 권장도서 등은 독서를 저하시킨다.” - 문학평론가 이어령 박사
남들이 많이 보는 책, 권장도서이거나 학구적인 책만 봐야 한다는 마음은 오히려 책에 대한 편식을 만들 수 있어요. 무엇보다 내 마음이 가는 책부터 읽어야 해요.
무엇부터 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내 상황이나 고민과 맞물린 주제부터 접근합니다. 생업이나 관심사와 연결된 것들, 예를 들어 제목이 공감 가는 에세이나 불안한 마음을 주제로 한 심리학 책, 일단 쉽고 즐거운 독서를 하고 싶다면 무협지나 소설도 좋은 선택이예요.
2) 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어요.
알고 싶은 분야가 생겼다면 일단 그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보는 것이 좋아요.
여러 관점으로 모인 지식을 총체적으로 보게 되고, 그 분야의 맥락과 흐름을 발견할 수 있어요. 따라서 내용이 잘 기억되고, 나아가서는 통찰력도 얻을 수 있어요.
최근에 저는 일상의 고민과 연결되는 심리학 책이나 에세이 중심의 독서를 하고 있어요. 사실 비슷한 분야의 책을 계속 읽는 것이 자칫 편협한 독서습관인가 우려가 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내 고민에 대한 통찰을 얻고 독서에 더 친밀해질 때까지는 비슷한 분야의 책부터 보는 것도 새로운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독서와 친해져야 할까?
1) 완독의 압박을 버린다.
모범생의 특징이 있어요. 한번 무언가를 시작하면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마음.
그런데 이 마음은 아이러니하게도 시작을 어렵게 만들어요. 독서는 평생 가져가야 할 친구인데 시작부터 부담을 갖는 것은 좋지 않아요. 완독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릴 것! 일단 서문과 목차를 읽고 관심이 간다면 한 30페이지까지 읽어봐요. 읽다 보니 30페이지를 지난 것도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라면 그 책은 나와 잘 맞는 것이죠. 반대로 계속 집중되지 않는 책이라면 과감히 덮어버려도 됩니다.
책을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공감 가거나 필요한 부분을 먼저 찾아 읽어도 무방해요.
2) ‘스마트’한 방식으로 책을 생활에 스며들게 한다.
스마트폰을 많이 보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일단 각종 정보와 재미요소가 많은 이유도 있지만 가장 단순한 이유는 바로 늘 내가 휴대하고 다닌다는 것이죠.
요즘에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독서를 할 수 있어요. 사실 종이책과 전자책 중 고민할 필요도 없이 각 상황에 맞게 활용하면 그만이예요. 기본적으로 종이책은 밑줄과 메모를 할 수 있고, 종이를 넘기는 촉감 등 독서를 다양한 감각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렇지만 출근 준비 시간이 심심하다면 오디오북을 틀어 놓을 수 있고, 출퇴근 지하철이나 점심시간 등 자투리 시간에 전자책을 읽으면 꼭 종이책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죠. 매번 책을 사기 어렵다면 밀리의 서재와 같은 책 구독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좋아요. 새로운 책을 탐색할 때는 서점 앱을 잘 활용해요. 서문, 카드 뉴스, 서평 등을 읽으며 읽고 싶은 책을 서치하면 책과 친해질 수 있어요.
3) 초보자의 독서법
독서의 핵심은 구조를 파악하고, 사고하는 것입니다. 활자만 따라가고 스스로를 소외시키지 말아요. 주체적인 독서를 위해 무분별한 수용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고, 왜 그럴까를 고민하는게 중요해요.
- 통독 : 책을 처음 들었을 때 이해되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넘기며 책을 후루루 읽어봐요. 포인트는 책의 골조를 파악하는 것. 익숙하지 않다면 먼저 소제목부터 읽고, 각 소제목에서 키워드가 될 만한 것을 찾아서 책이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좋아요.
- 정독 : 한번 통독 후 다시 정독을 해보는 것이 좋아요. 정독의 과정에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는거죠. 독서의 포인트는 자기화, 즉 책에서 얻은 지식에 자신의 생각을 덧대어 정리하는 것입니다.
- 메모 : 내 책일 경우 줄을 치고 간략한 메모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예요. 단, 많이 적지 않고 키워드 중심으로만 표기해요. 정독 후 키워드 중심으로 반복해서 읽으면 책의 맥락이 명확하게 잡혀요. 별도의 독서노트도 좋지만 초보자에겐 번거로울 수 있어요.
맺음말
독서가 중요하다는 생각은 있는데 독서를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 같아요. 독서법은 독서가 막연할 때 참고할 만한 방법론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사실 모든 독서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건 하나입니다. 독서는 책을 사랑하고 즐기는 것이에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김영하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칠게요.
💡 40년 넘게 소설을 읽어오면서 내 자아의 많은 부분이 해체되고 재구성되었겠고, 타인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겠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받아들이게 되었겠지만 애초에 그런 목적을 위해 소설을 집어 든 것은 아니었다. (…) '인간과 세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소설을 읽자'고 결심하는 것은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소설은 소설이 가진 매력 때문에 다가가게 되는 것이고, 바로 그 매력과 싸우며 읽어나가는 것이고, 바로 그 매력 때문에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독서의 목적 따위는 그에 비하면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독서의 목적 같은 것으로 설명해버리기에는 소설을 읽으며 독자가 겪는 경험의 깊이와 폭이 너무 넓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읽다> - 김영하
[참고 자료]
최재천 교수, 김영하 작가, 이동진 평론가, 이어령 박사, 공부머리 독서법 최승필 작가,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 고전평론가 고미숙 작가,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 등의 강연/ KBS 다큐 (세상을 이끄는 1%, 천재들의 독서법)/ 북 유튜버 겨울서점 외 기타 북 유튜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