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했어?
[4/15] 세계관 수업 과제 글쓰기, 노션 기록 정리 클럽 피드백 작성
[4/16] 노션 기록 정리 클럽 3회차
[4/17-19] 결혼 10주년 기념 정선 여행
[4/20] 노션 기록 정리 클럽 피드백 작성, 유튜브 대본 작성, 세계관 수업 2회차
🌊 피그마에서 미리캔버스로 다시 돌아왔다
“요즘 크리에이터들은 피그마로 카드뉴스 만든대”
“클로드로 피그마 카드뉴스 공장을 만들 수 있대”
“피그마 쓰면 이미지 파일 관리 하기도 좋다더라”
그런 이유로 미리캔버스에서 피그마로 갈아탔다. 마침 미리캔버스가 자꾸만 유료로 전환하라고 압박을 주길래 피그마로 갈아탈 타이밍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세바치에서 이비님의 피그마 수업을 듣고 이비님이 조언해 준 대로 디자인 포맷도 새로 잡았다. 새로 만든 카드뉴스 디자인은 뭔가 더 그럴싸하고 예뻐 보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피그마를 쓰고부터 카드뉴스 조회수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전에 올렸던 게시물들은 50~100만 조회수까지 곧잘 나와줬는데 이제는 조회수가 1만을 넘기기도 힘들어졌다. 카피 문구가 약한가, 내용이 너무 긴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일단 하던대로 계속 성실하게 카드뉴스를 만들어 올렸다.
그러다 지난달에 뜻밖의 발견을 했다. 노션 템플릿을 업데이트하며 지금까지 성과가 좋았던 카드뉴스 수치를 노션에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하던 중이었다. 조회수, 좋아요수, 댓글수, 공유수, 리포스트수, 저장수를 숫자 하나하나 옮겨 적어 보면서 깨달았다.
디자인이 예쁜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구나.
사람들이 원하는 메시지가 한 문장으로 잘 표현되어 있는지, 글씨가 눈에 잘 들어오는지, 사진이 직관적인지, 그게 더 중요하구나.
더 그럴듯한 디자인을 만들겠다고 고민할 시간에 카피 문구를, 메시지를 고민해야 했다. 나는 디자이너가 아닌데 왜 디자인 퀄리티, 디자인 기록 레퍼런스, 이런 것에 열을 올리고 있었을까. 그래봤자 어차피 디자이너처럼 만들지도 못할 텐데.
다시 미리캔버스를 켰다. 이전에 쓰던 파일을 열고 이전에 하던 대로 사진과 문구만 바꿔서 이미지를 만들었다. 피그마처럼 섬세하게 하나하나 조정할 수 없다는 게 오히려 장점이었다. 기능이 제한적이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었다.
피그마로 나만의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겠다는 욕심도 내려놓았다. 그거 만들어서 뭐하게. 이전 디자인 다시 쓰지도 않더만.
클로드 코드로 카드뉴스 만드는 것도 안 하기로 했다. 후킹하는 문장을 고민하고, 문단 배치를 조정하고, 첨부할 사진을 고르는 작업을 직접 하고 싶었다. 그 능력을 잃어버리는 게 두려웠다. 어떻게 키운 감인데.
미리캔버스로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조회수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1만 조회수가 넘는 카드뉴스가 2개 나왔다.
🌊 결국 사람이 하는 일 아닙니까!
AI로 콘텐츠 초고를 다듬는 것도 그만두었다. 분명 글이 더 매끈해졌는데, 바로 그 매끈함 때문에 내 글이 숨막힌다는 독자들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단단님 글 읽으면 마음이 편안했는데 요즘은 읽다가 숨이 차요, 아니 숨이 막혀요.”
내 글에 담겨있던 인간스러운 엉성함이 사라져버린 거다. 내가 AI에게 주로 요청하는 초고 수정 항목은 이렇다.
- 중언부언하는 부분이 있는지, 불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줘
- 도입부가 독자의 시선을 빠르게 후킹하는지 검토해줘
- 논리가 빈약하거나 비약하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줘
- 반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짚어줘. 악플이 달릴 여지가 있는지 검토해줘.
그렇게 다듬고 또 다듬는 과정을 통해, 흠 잡을 곳 없이 매끈하게 숨막히는 글이 완성되었던 거다. 내 글만의 매력이 사라졌던 거다.
망설임, 애매함, 주저함, 중언부언, 불필요한 미사여구… 인 줄 알았던 것 중 일부는 독자가 호흡을 고르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였던 거다.
AI와 글쓰기를 중단하고, 한동안 내 글이 숨막혀서 읽기 어려웠다는 증언이 블로그로 뉴스레터로 유튜브로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다시 이전의 호흡으로 돌아간 것을 보고 독자들이 그제야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냈던 것 같다.
결국 다시 AI를 쓰긴 쓸 거다. 자동화도 배울 거다. 그러나 기술에 끌려가면 안 된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AI가 해준 조언을 곧이곧대로 듣지 말아야겠다. 네가 지적한 대로 하지 않을 거라고, 나는 나만의 글쓰기 스타일이 있다고 반항을 해야겠다. AI를 잘 쓰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라고? 그 ‘잘 쓴다’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이제 그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회사를 성장시키려면 대표는 똑똑한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 그 직원을 잘 써야 한다. 그 직원에게 책임과 권한을 충분히 위임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걸 넘겨주면 안 된다. 직원은 직원일 뿐, 이 회사의 대표는 나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그 직원이 자기 마음대로 자기 뜻대로 자기 색깔로 내 세계를 지배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그 직원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가 될 때까지 스스로를 방치해서도 안 된다. 그 직원이 국제 회의에서 통역을 해준다고 한들 내가 직접 영어로 해외 파트너와 말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그 직원이 나 대신 고객 응대를 해준다고 해도 내가 직접 고객을 만나 소통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기술 뒤로 숨지 말아야 한다. 나는 내 일의 주인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내 일의 시작과 마무리는 결국 내가 해야 한다. 결정권은 오롯이 나에게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