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 4/7
프리워커 주간보고
이제 보고할 상사가 없어서 여러분께 보고합니다. 지난 일주일간 경험하고 배운 것을 일기 형식으로 씁니다.
🌊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했어?
[4/2] 노션 기록 정리 클럽 1회차
[4/3] 요즘사 파인더스 클래스 강의
[4/6] 유튜브 기획/촬영/편집까지 해놓고 폐기해버림
🌊 내가 나를 과소평가한 것 아닐까
지난 주에 용기를 내서 “말하는 유튜브” 영상을 찍어보았다. 반응이 어떨지 기대반 걱정반이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이전 영상보다 훨씬 낫다고 칭찬을 보내주셨다.
긍정적인 피드백에 안심이 되었다. 어쩌면 그동안 내가 나를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
사람들은 내 이야기에 관심 없으니까 무조건 도움되는 이야기만 해야 한다고, 내 생각은 나한테나 중요하지 남들한테는 소음이라고 생각했다.
작년에 북노마드 윤동희 대표님과 커피를 마시며, 대표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작가님은 하고 싶은 이야기 그냥 아무거나 다 해도 되요. 오히려 소소한 고민 같은 이야기가 독자들한테는 엄청난 콘텐츠가 되는 거예요.” 그 말을 감사히 들었으면서도 마음으로는 믿지 않았던 것 같다.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그러지 않으면 내 글은 아무도 봐주지 않을 거라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이것도 작가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기는 하지만 뭐든 균형이 중요하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도 된다고 지금보다는 나를 더 믿어봐도 좋지 않을까.
🌊 부족한 나의 과거를 보면 아쉽지 않냐고요?
요즘사 파인더스 클래스에서 “나를 발견하는 기록 정리법”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가 끝나고 몇몇 질문이 마음에 남았다. 아마 제대로 답을 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웠던 것 같다. 주말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답을 정리해본다.
Q. 이전에 내가 만든 콘텐츠를 다시 보면서 아쉬울 때 어떻게 하시나요?
사실 이 질문을 받고 처음에는 “무엇이 아쉬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멈칫했다. 혜민님이 “어떤 얘기를 했어야 했는데 못해서 아쉬울 수 있잖아요.”라고 덧붙여 설명해주셔서 곰곰 생각하다가 “그럼 추가 콘텐츠 소재가 생겨서 좋지 않을까요?”라고 답변을 드렸다. (생각해보니 지금 이 글도 Q&A 추가 콘텐츠인 셈이네요.)
이건 아마 내가 매주 뉴스레터를 발행하며 소재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이라서 나온 답변일 거다. 만약 나와 다르게 소재는 풍부한데 자기검열 때문에 콘텐츠 발행이 힘든 사람이라면 어떤 답변이 적절할까.
질문자의 마음에 빙의해서 머리를 굴려봤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도 나는 그리 속상하지 않을 것 같다. 만약 이전에 내가 만든 콘텐츠가 부족해보인다면, 그건 내가 성장했다는 증거고 뿌듯한 일이지 않을까. 만약 누군가 과거 자신의 결과물을 보고 아쉽지 않다면, 그 사람은 발전이 없다는 의미일 테니까.
뉴스레터 글을 쓸 때, 오전에 만든 콘텐츠를 오후에 다시 보고 개선할 점이 생각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그 몇 시간 사이에 과거의 내가 못 보던 걸 보게 되었다는 건, 하루 안에도 확실한 성장이 일어났다는 거니까.
자신이 쓴 초고를 읽고 만족하는 작가가 있다면 나는 그 작가의 글을 절대 읽지 않을 것이다. 책을 쓸 때, 작가들은 퇴고를 2~3번만 하지 않는다. 더이상 못하겠다고 지쳐 나가 떨어질 때까지 글을 고치고 또 고친다. 볼 때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개선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건 너무 당연한 거다.
그래서 글을 쓸 때 나는 시간 배분을 이렇게 한다.
- 글감 기획 20%
- 초고 작성 20%
- 퇴고 60%
처음 쓴 글은 무조건 구리다. 이걸 인정하지 않고 처음부터 완벽하길 바란다면, 퇴고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글쓰기 실력은 영영 늘지 않을 것이다.
🌊 콘텐츠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거 아닌가요?
내 머릿속을 맴돌던 두 번째 질문.
Q. 단단님은 기록 정리의 마지막 단계로 콘텐츠를 만들잖아요. 매번 그렇게 기록을 콘텐츠까지 만들어 정리하면 결국 콘텐츠를 위한 콘텐츠가 되는 것 아닐까요?
어떤 일이든 초반 구간에는 어느 정도 나를 갈아넣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는 편이다. 일을 위한 일을 해봐야 일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오히려 성장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성장하는 시점은 “하기 싫지만 꾸역꾸역 일단 할 때”다. 콘텐츠를 만들던 초반에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싶은 방식으로 했다. 재미는 있었지만 성장이 느껴지진 않았다. 여기서 성장은 영향력이나 규모를 말하는 게 아니다. 콘텐츠 기획력, 글쓰기 실력의 성장을 의미한다. 영향력과 규모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뿐이다.
하기 싫고 힘들지만 꾸역꾸역 해내는 단계를 통과하며, 콘텐츠가 일이 되어 독자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퀄리티에 집착하느라 이게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바로 그 시점에, 역량이라는 것이 폭발한다고 믿는다. 중요한 건 “그게 의미가 있느냐” “비효율적인 거 아니냐”는 의심이 아니다.
이 마의 구간을 견딜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의심이 치고 올라올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게는 이 의심을 견딜 시스템이 있는가.
세 번째 질문
Q. 그렇게 쪽글 모아 긴글 쓰는 콘텐츠 방식은 비효율적인 거 아닌가요? (그냥 한 번에 쭉 쓰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은데)
학생 시절, 머리 좋은 친구들이 학기 내내 놀다가 시험 기간에 벼락치기로 공부해서 나보다 성적을 잘 받는 게 부럽고 얄미웠다. 나는 그들이 노는 동안 매일 독서실에 가던 재미없는 모범생이었다. 그 친구들의 효율적인 공부 방식을 따라해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타고나게 체력이 약하고 작업 기억 용량이 작은 탓에 벼락치기로 도저히 그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내 방식대로, 매일 조금씩 그날 배운 지식을 반복 암기하며 작업 기억이 아닌 장기 기억에 입력하는 공부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십수년이 흐르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벼락치기 달인들이 이제는 도리어 나를 부러워하는 것이 아닌가. 나이와 체력의 영향이 컸다. 친구들은 35살을 기점으로 체력이 약해져서 더 이상 벼락치기가 안 된다며 자신들도 나처럼 매일 조금씩 쌓는 방법으로 바꿔보고 싶은데, 벼락치기가 습관이 되어 뭔가를 꾸준히 하는 게 어렵다는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한 친구는 매번 눈앞에 닥친 것만 처리하다 보니 성과는 좋았지만 돌아보면 모래 위의 성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내가 온라인에 쌓은 기록이 자신의 성과보다 부럽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다.
매일 조금씩 생각을 얹고 정제하며 글을 쌓는 방식도 그렇다. 단기적으로 보면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글의 내공을 쌓기에 이만큼 좋은 훈련이 없다.
일필휘지로 한 호흡에 쭉 써내려간 글은 쓸 때는 뿌듯할 수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하루치 고민’의 결과다. 며칠동안 계속해서 들여다보며 생각을 얹고 정제한 글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몇달 동안 고민한 결과다. 고민의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하나의 주제를 붙들고 파고드는 훈련을 한 셈이다.
나는 외국어 공부도 아주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한다. 매일 30분씩 일본어와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영어 원서를 술술 읽기까지 5년이 걸렸다. 일본어는 1년 반이나 배웠지만 아직 기초 수준이다. 한 지인은 내 공부법을 듣고는 깜작 놀라며 말했다. ”10년 후에 일본 한달살기 하려고 10년 동안 매일 30분씩 영어 공부한다고요? 와… 진짜 ㅋㅋㅋ 그냥 가기 전에 몇달 바짝 하는 게 낫지 않아요?”
필수적인 일본어 기초 회화만 배운다면 몇달 바짝 공부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하면 일본어가 내게 남을까? 한달 살기를 마치고 나면 휘발되지 않을까? 나는 나의 공부가 한겹 한겹 내 안에 남았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모든 경험과 노력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무엇이든 꾸준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오랫동안 지속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단기적으로 비효율적인 나의 기록은 장기적으로 엄청난 효율을 자랑한다. 내가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친구를 만나는 동안에도 세상에 나를 알리고 나 대신 일을 해준다. 그러니 이 역시, 어떻게 꾸준히 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고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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