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 12/9
프리워커 주간보고
이제 보고할 상사가 없어서 여러분께 보고합니다. 지난 일주일간 경험하고 배운 것을 일기 형식으로 씁니다.
🌊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했어?
[12/3] 선샤이닝 워크숍 마지막 6회차
[12/4] 콘텐츠 독립 클럽 OT 줌미팅
[12/5] 퍼블리 새 콘텐츠 초고 전달
[12/6] LBCC 12주 계획법 대화 모임
[12/7] 기록 정리 리추얼 선언미팅
🌊 일을 줄여야 해
"일을 쪼개봐야 해요. 강의 하나를 해도 그 안에 다양한 업무가 있거든요. 메일로 협의하고, 강의 기획하고, 강의하고, 각각 다 다른 일이잖아요. 그중에서 나는 어떤 일을 힘들어하고 어떤 일을 재밌어하는지 알아야 해요. 내가 재밌어하는 일은 늘리고 힘들어하는 일은 줄일 수 있도록 파트너와 협의해야죠."
지난 심리 코칭에서 서현님이 내게 일의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며칠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금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모두 좋아한다. 메일링 업무도 좋아하는 편이고 (실시간 대응을 힘들어해서 애초에 모든 업무를 메일로만 받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창작의 고통을 만끽하며 강의 기획하는 것도 좋아한다. 몸은 힘들지만 에너지가 충만하게 차오르는 강의 현장도 좋다. 그렇다면 난 왜 힘든 거지?
일의 양이었다. 통제 성향이 강하고 무엇이든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일의 전체를 경험하는 걸 좋아한다. 문제는 일을 늘렸을 때다. 일을 늘리면 압박감이 커지고 기존에 좋아하는 업무인데도 부담감과 저항하는 마음이 생긴다.
일을 줄인다는 건 어떤 일은 수락하고 어떤 일은 거절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기준이 항상 고민이다. 기준을 아무리 엄격하게 세워도 막상 해보니 뒤늦게 거절했어야 한다는 걸 알아챌 수도 있다. 그래서 다들 경력이 쌓이면 단가를 높이는 것 아닐까? 내가 꼭 필요한 일인지 아닌지 판단할 때 시간과 돈을 기준으로 제시하면 절반 이상은 걸러진다. 내가 꼭 강의해 줘야 한다고 말하면서 내게 충분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는 파트너라면 말로만 내가 필요한 거다.
🌊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무엇을 기대하는지
그래서 나는 업무 제안을 받을 때 두 가지를 확인한다.
-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명확하게 제시하는 제안만 검토한다. 일은 일이다. 서로 가치를 주고받을 수 없는데 함께할 이유가 있을까? 적정한 강의료를 줄 수 없더라도 다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프로필 사진을 바꿀 만큼 멋진 사진을 찍어주겠다던가, SNS 채널에 나를 알려주겠다던가, 내 인터뷰로 콘텐츠를 만들어주겠다는 등등 가격을 대체할 수 있는 제안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제발 꼭 와주세요. 저희는 선생님이 정말 필요합니다!!! 꼭 검토해 주십시오."
이 문장만 덜렁 있는 제안 메일이라면 절실한 마음은 백번 이해하겠으나 수락할 수 없다. 절실한 마음에 동해서 수락한 적도 있지만, 그런 강의는 막상 가보면 내가 아닌 누구라도 상관없는 현장이었다.
무료 강의에 연사로 서지 않는 이유도 같다. 참가료를 받는 강의를 해야 오는 사람도 기획하고 운영하는 사람도 진지하게 임한다. 강사는 강의가 잡히면 어떤 강의가 되었든 똑같이 몇날며칠을 고민하고 치열하게 준비해서 현장으로 간다.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한 것에는 어떻게든 돈을 낸다. 강의료 비싸다는 불평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다. 내가 할 일은 강의료 협상이 아니라 강의력을 높이는 노력이다.
🌊 몸을 뒤로 던져보자, 받쳐줄 사람이 있을 거야
모든 걸 내가 직접 해야 마음이 놓이는 통제 성향을 극복하고 싶다. 2026년에는 겁 없이 몸을 허공에 던져보기로 했다. 누군가 넘어지면 달려와 받쳐줄 사람이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내가 내 일을 100% 해내지 않으면 사람들이 나를 비난할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 그런가? 어쩌면 내 일을 나눠주길, 내가 부탁해주길 바라고 있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가장 먼저, 밑미 리추얼 치어리더 두 분께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모르셨을 텐데) 나는 밑미 리추얼 단톡방에 보낼 메시지를 일자별로 엑셀 스프레드 시트에 정리한다. 리추얼 가이드 / 기록정리 템플릿 / 영감 콘텐츠 / 휴식 카드 / 응원 메시지를 균형있게 구성해서 보낸다. 빠지는 날은 하루도 없으며 모든 참여자의 컨디션과 참여 현황을 관리한다.
평생 이렇게 살았기에 나는 숨막히지 않는데, 참여자분들도 정말 그럴까? 내가 너무 빽빽하게 모든 걸 계획해두어서 오히려 참여할 기회를 뺏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든든한 치어리더 솔솔님 나아님을 믿고 그냥 한번 가보기로 했다. 가끔은 단톡방에 안부 인사를 안 해보기도 하고, 댓글을 안 달아보기도 해야지. 아니 그런데 진짜 이게 맞아? 너무 어렵다. 힘을 빼는 것과 대충하는 것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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