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뉴스레터를 작성하니 새삼 시작할 때 마음이 기억나네요.
설레지만 두려웠고,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감이 오지 않았지만 매회 최선을 다해 글을 썼어요. 이 소중한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고요.
과연 한 편의 글로 수많은 소회를 표현할 수 있을까 싶지만, 마음에 깊게 담은 ‘배움’을 얘기하며 마치고 싶어요.
우리에겐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늘 생각이 많았어요. 그중에는 수년간 해소되지 않던 고민들도 있었죠. 고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제자리만 맴도는 탓에 자책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글’이라는 것을 쓰게 되면서 그간의 고민과 생각을 정리해 낼 수 있었고, 드디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생각이 범람할 땐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리고 생각 정리에 ‘글’만큼 좋은 도구는 없어요. 글을 쓰는 시간은 눈처럼 쌓이는 생각과 고민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에요. 마치 수학 문제를 풀 때 머리로만 생각할 수 없고, 풀이 과정을 끄적여야 답이 나오는 것처럼요.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데에는 혼자만의 풀이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지속해서 글을 쓰고, 반복해서 읽으면 비로소 내가 가지고 있던 문제의 핵심이 보이기 시작하거든요.
고민이 있을 때 조언을 구하거나, 누군가와 같이 있으며 위로를 받는 것도 좋아요. 그렇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어요. 현상을 환기하는 정도를 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다면 ‘나’와 함께 생각을 정리해 내야 한다는 것을요.
즐기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얼마 전 들었던 말 중 가장 크게 얻은 문장이에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인데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즐길 수 있을 때까지는 꽤 시간이 필요해요. 뇌와 몸이 저절로 기억할 만큼 훈련해야 비로소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원초적 쾌락’의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고요.
뉴스레터 중반기엔 고민이 많았어요. 글감을 찾고, 글을 썼다 지우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만큼 중압감을 느꼈어요.
하지만 결국 그 스트레스 덕에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즐거움'을 얻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분량과 마감의 압박이 있는 뉴스레터라는 장치는 꾸준히 시간을 할애해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요.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많은 영감을 받고, 생각을 확장하고, 무엇보다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뉴스레터를 쓰면서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의 강연을 많이 찾아 들었어요.
그들에게는 분명 다른 것이 있었죠. 그건 바로 ‘긍정형 동사’로 삶을 꾸려간다는 것이에요. 그들이 지속할 수 있는 힘은 즐거움인 것 같아요. 무언가를 해야 뒤처지지 않을 것 같아서, 안 하면 불안해서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들이 지치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하는 이유는 비로소 즐거움의 경지에 도달했기 때문이에요.
즐거움이 쌓이면 취향이 보이고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고 싶거나 좋아하는 게 없다고 느껴질 땐 '즐거움까지 도달할 만큼 해본 걸까?' 하고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콘텐츠를 만들기에 참 좋은 날들이다.
내가 남들이 보는 콘텐츠를 만들다니!
삶에 생기를 더할 수 있었고, 무언가 계속 표현하고 만들어내야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표현이란 정말 매력 있는 일이에요.
지금의 세상은 ‘표현’하기 참 좋은 세상이에요. 옛날엔 ‘글을 쓸 줄 아는’ 지극히 특정 계층에게만 표현이 허용되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글을 쓸 줄 알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넘치고, 콘텐츠 제작 툴이 갖춰져 있잖아요.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을 할 수 있는 세상 아닌가요?
이렇게 누구나 표현할 수 있는 세상에서 표현하지 않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에요.
콘텐츠를 만드는 일처럼 내 생각과 취향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게 있을까 싶어요.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와도, 글을 쓰면 나의 세계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중심을 잡고 내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주변이나 독자의 피드백을 통해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이건 무척이나 위안이 되는 일이에요. 꿈과 고민과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연대와 소속감을 느끼게 되었고요. 모두 콘텐츠를 세상에 내보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처음으로 세상에 나의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계기였던 뉴스레터에 감사함을 보내며 앞으로도 다양한 플랫폼의 힘을 빌려 콘텐츠를 만들게 될 것 같습니다.
뉴스레터는 고마운 전환의 계기에요.
아직도 삶은 불안하고, 어제는 자신감 넘쳤다가 오늘은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해요. 하지만 지금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 일상을 소중히 하는 방법을 배웠고, 멈춰있고 싶지 않아졌어요.
뉴스레터를 해보니 영감은 항상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얻게 되더라고요. 글감을 고르려고 일상을 소중히 관찰하게 되면서 삶에는 수많은 전환의 계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좋은 사람들을 얻었다는 점이에요. 그간 글에 출연했던 제 곁의 좋은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해주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고, 뉴스레터 크루라는 소중하고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얻었어요. 또 독자들을 통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잘 살아내고 싶어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복잡하고 어렵게 삶을 사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누구보다 삶을 사랑하고 가치있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죠. 뉴스레터를 통해 생각하고, 표현하고, 공유하는 방법을 알게 되어 진심으로 행복했어요.
어느 날 어느 곳에서 다시 만날 거라 믿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