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단단입니다.
제목을 보고 놀라셨죠?
네, 뉴스레터를 잠시 쉬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소중한 구독자 님과의 관계를 멈추는 것이 아니에요.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건강한 리듬을 찾고 싶어서 내린 결정입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메일함을 열어주시는 구독자 님이 있다는 사실에 저는 항상 벅찬 감사를 느껴요. 저 역시 뉴스레터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오래 구독해주신 구독자 님은 느끼고 계실 거예요.
숏폼의 시대에 굳이, 저는 길고 긴 글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그리고 저와 같은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비록 소수이더라도요. 그 마음으로 시작한 함독 레터는 1,800명이 넘는 구독자분들께서 함께해주시는 뉴스레터가 되었습니다.
함께 성장해온 뉴스레터를 쉬어가야만 하는 이유를 자세히 말씀드리는 게, 구독자 님께서 보내주신 애정과 응원에 대한 의무이자 도리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볼게요.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방향이 흔들리더라고요
뉴스레터로 무엇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 쓰면 쓸수록 모르겠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여러 독자님의 목소리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어요. 소중한 분들이니까요. 그런데 의견을 듣고 반영할수록 오히려 더 흔들리더라고요.
제가 쓰는 글의 특성상 ‘솔직한 일기’와 ‘도움되는 정보’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정말 잘 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눈치를 보며 우왕좌왕하고 있었어요.
최근 유튜브 채널 [최성운의 사고실험]에서 모춘님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공감이 되더라고요. (영상 링크 - 9분 27초부터 나와요)
"한 번 사랑을 받으면 더 갈구하게 되잖아요… 더 예쁜 메시지, 더 사랑받는 메시지, 더 특이한 생각… 그게 저희 팀을 갉아먹는 행위였어요…겉으로는 '자, 일이란 말이죠. 이렇게 주체적으로 즐겁게 몰입하면서 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동시에 도망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한 번 엎자! 내가 만들어 놓은, 사람들이 나를 인식하는 상에서 가장 먼 무엇이고 싶었어요."
이 말이 지금 제 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해준다고 느꼈어요.
2021년 8월, 뉴스레터를 시작했을 때, 저는 성장과 균형을 동시에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비유를 해보자면, 하이아웃풋클럽과 밑미 사이 어딘가에 서 있고 싶었어요.
2025년 2월, 뉴스레터를 다시 시작했을 때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그 도구로 '기록'을 선택했고요.
그런데 지금 저는, 그 균형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저를 혼란스럽게 만든 게 아닙니다.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싶은지' 제 안에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아져서 흔들린 거예요.
아웃풋보다 인풋에
집중할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워커로 일하면서, 저는 엄청난 양의 아웃풋을 만들어냈습니다. 일하는 시간 중 70%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었으니까요.
처음에는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콘텐츠로 만든 건데, 하다보니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할 말을 생각해내고 있더라고요.
다시 채워야 하는 시기라는 걸 깨달았어요. 수면 위로 떠오른 빙산 아래에는 더 크고 단단한 뿌리가 있잖아요. 그 뿌리를 단단하게 키우는 시간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아웃풋이 아니라 인풋을 위한 글, 콘텐츠가 되지 못하는 글, 혼자 보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책도 많이 읽고, 글쓰기 수업도 듣고, 오로지 나만을 위한 글을 마음껏 써보려고 해요. 즐겁게 신나게 글을 쓰는 마음을 되찾고 싶어요.
뉴스레터를
잠시 멈춥니다
뉴스레터에서 제가 꾸준함과 루틴을 이야기해왔잖아요. 그래서 쉬겠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꾸준함은 멈추지 않는 것이 아니라 멈추어도 다시 돌아오는 태도잖아요. 용기를 내어 휴식을 결정했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구독자 님이라면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시겠죠? 자신있게 언제 어떻게 돌아오겠다고 약속드리고 싶지만, 그 약속이 저를 또 몰아붙일 것 같아서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뉴스레터 발송을 기약 없이 잠시 멈춥니다.
대신 두 가지를 약속드릴게요.
- 주간보고와 한달 회고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서 계속 이어갈게요.
- [함께하는 독학클럽] 시즌3으로 꼭 돌아올게요
시즌3로 꼭
돌아올게요.
시즌3에는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 같아요.
[시즌 1] 2021.08 ~ 2023.12
- 주기: 격주 수요일 발송
- 컨셉: 일과 일상에서 균형을 찾고 나다운 성장을 하고 싶은 일하는 우리를 위한 이야기
- 형식: 인터뷰, 에세이
[시즌 2] 2025.02 ~ 2026.05
- 주기: 매주 수요일 발송
- 컨셉: 나를 키우는 기록법 소개 & 프리워커 주간보고 일기
- 형식: 일기, 아티클, 에세이
[시즌 3]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 주기를 오히려 더 길게 가져가고 (ex. 월1회)
- 더 길고 깊은 이야기를 전하게 될 것 같아요.
결국 나를 위한 글이 아니라면
오래 쓸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물론, 글로 먹고 살려면 독자가 1순위여야 합니다. 독자가 나에게 원하는 것을 독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써야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소외된다면 오래할 수 없더라고요. 내가 원하는 것과 독자가 원하는 것의 교집합을 지혜롭게 찾아야 하죠.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요.
퇴사 후 글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저를 단단하게 채워야 하는 자리마저 독자 여러분을 품었던 것 같아요. 글을 쓰는 이유도, 목적도, 방향성도 모두 독자 여러분께 맞추려고 한 거죠. 철저하게 시장 주의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는 애초에 그럴 수 없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아주 묘하게 이상한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시장 주의자가 되면 될 수록 기존의 독자분들은 거리감을 느끼시는데, 반대로 시장 주의자인줄 기대하고 오셨던 새로운 독자분들은 숨길 수 없는 저의 내 이야기 본능을 보시고 실망하시는 거죠. 그 사이에서 스스로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 사람인지 잊어버렸어요.
쉬는 기간 동안 저는 저의 목소리, 저만의 문체, 저만의 이야기를 찾고 키우는 데 집중해보려 합니다. 휴식 공지 역시 길고 긴 일기를 써버렸네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구독자 님은 아마 저를 오랫동안 애정 어린 마음으로 지켜봐주신 고마운 독자님일 거예요. 이야기 들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시즌 3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건강하게 제 색깔을 찾아서 돌아올게요. 그동안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로 안부 나누어요.
아쉬운 마음에 하고 싶은 말이 끊이지 않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즌 2 마지막 인사를 드려야겠어요.
1년 3개월 동안 매주 수요일에 만날 수 있어서
진심으로 행복했어요.
곧 다시 만나요! |